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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그렇게도 책읽기가 힘들었다. 책을 읽는다는 노동 자체가 매우 버거운 활동이었고, 책을 좋아한다는 건 운동을 싫어하거나 사교성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흔히 하는 말들로 생각하였다. 무엇보다 내가 읽어야 한다고 배웠던 책들의 내용 자체가 나의 삶에 잘 와닿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0대가 훌쩍 지나고 30대가 되자(OMG!), 대학/기관/어르신들을 막론하고 왜 그렇게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우리가 그 책들을 통해 어떤 가르침들을 알아야 하는지를 누누히 강조했는지 조금은 느끼고 실감하고 있다. 요즘에는 하루에도 수백권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런 책의 홍수속에서 우리는 자칫 맹목적인 책읽기에 빠지기 쉽상이다. 어떤 책이 양서인지 골라내기란 정말 어려운 작업이고 시간이 많이 투입되는 지루한 과정이다.


고전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크게 덜어주는데 일조하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역사 이래로 우리의 스토리들은 대부분 고전을 기초로 하고 있으며, 그러한 고전들을 읽음으로서 삶의 희노애락과 방향성, 목적 등을 이해하고 나의 삶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조금은 느끼고 알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요즘 나오는 수많은 책들을 읽는 것 보다는 흔히 말하는 명품 고전들을 여러 번 정독하는 것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가장 주요하겠다. 또한 최근 읽었던 '책은 도끼다' 의 저자가 틈틈히 말하는 지식적 고전의 내용들이 내가 고전을 읽기 시작한 큰 역할을 했음을 밝힌다. (이 책은 조만간 소개하겠다.)

 

어떤 책으로 시작할지는 나에게 많은 어려움을 주었다. 어릴 때는 ~~전집 시리즈가 집에도 수십권씩 자리하고 있었지만, 어릴 때 그 책들을 간간히 읽다보면 대부분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요약본이거나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어서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고, 그 내용도 나의 흥미를 끌기에는 매우 진부하였었다. 그래서 나는 인근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던 완역본 시리즈를 한권 한권 읽어 나아가기로 했다. (요즘 같이 시간이 많을 때, 그리고 지금 이 시기가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 잡은 책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햄릿' 과 괴테의 '파우스트' 이다. 오늘은 먼저 읽은 햄릿에 대해 소개해 보기로 한다.

 

그에 앞서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과 4대 희극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보고 싶다.


4대 비극 - 오델로, 햄릿, 아서왕, 맥베스

5대 희극 - 한 여름밤의 꿈, 십이야,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니스의 상인, 뜻대로 하세요


(최근 들었던 내용인데, 해외에서는 이런 분류법이 없다고 한다. 일본에서 셰익스피어를 배울 때 쉽게 외우게 하기 위해 구분한 분류법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이 다 명작이란다.)


4대 비극이 5대 희극보다 항상 먼저 회자되는 것은, 비극이 주는 그 극적 요소들이 관객(모든 작품이 다 연극을 위한 희곡 대본이므로)에게 자극적인 요소로 작용되어 더 오래 기억에 남고 인상을 주어서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만, 우리 인간사가 결국은 행복한 내용을 기억하는 것 보다는 슬프고 비극적인 내용들을 통해 우리의 삶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공감해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그럼 이제부터 햄릿에 대해 보기로 하겠다.

 

출처:http://goldenagepaintings.blogspot.kr/2008_07_01_archive.html Charles Hunt Snr - The Play scene in 'Hamlet'

 

내가 햄릿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민음사의 '세계문학' 시리즈에서 3번째로 출간된 책이었기 때문이다. 1번 부터 읽고 싶었지만, 내가 아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먼저 선택하게 되었다. 매우 '수동적' 선택이었지만, 이 선택이 첫번째가 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단연 뛰어난 작품이었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a question' :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Hamlet 中

어릴 때부터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라고 수도없이 들어왔던 그 명대사를 뿜어내는 인물이 바로 '햄릿' 이다.

 

등장인물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크게 주인공 햄릿, 그의 삼촌이자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클로디어스, 그리고 햄릿의 어머니이자 클로디어스의 왕비가 되는 거트루드, 왕의 충신 플로니어스와 그의 아들 레어티즈, 오필리아 그리고 일부 핵심 주변인물들이 등장한다.

 

줄거리


아버지의 죽음에 두달이 넘게 슬퍼하는 덴마크의 왕자 햄릿, 그 시기에 그가 사는 성에 유령이 나타나는데 그 유령이 선왕의 옷차림으로 나타난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확인에 들어간다. 그 유령은 햄릿에게 자신은 아버지 유령이며 동생에게 억울하게 살해당했다는 것을 알리고 복수를 요청한다. 그리하여 햄릿은 바로 정신나간 척 하며 자신의 어머니를 왕비로 맞이한 클로디어스를 죽이기 위한 계획에 착수한다. 한편, 충신인 플로니어스는 햄릿의 행동이 자신의 딸 오필리아를 사랑하면서 생긴 상사병으로 오인하여 그의 실상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내용은 왕과 왕비에게도 알려지게 되어 결국 햄릿을 영국으로 보내기로 한다. 영국으로 가는 도중 문제가 발생하여 결국 햄릿만 돌아오게 되는데 햄릿과 왕비의 대화를 엿듣던 플로니어스가 햄릿의 칼에 죽게 된다. 오필리아는 그 충격으로 정신이 나가 결국 물에 빠져 죽게되고 이로 인해 그의 오빠 레어티즈는 자신의 누이동생을 죽인 자에게 복수의 칼을 간다. 클로디어스는 햄릿에게 위협을 느끼고 영국으로 보내어 영국왕에게 햄릿의 살해를 부탁해 놓았지만, 햄릿이 살아돌아오자 레어티즈를 이용해 햄릿을 제거하기로 계획한다. 결국 햄릿과 레어티즈는 왕의 주재하에 결투를 하게되고 독이 묻은 칼과 독이 묻은 술잔으로 인하여 왕과 왕비, 햄릿, 레어티즈가 모두 죽게되는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다.


햄릿을 읽으면서 대충은 알던 내용이어서 예상은 했지만, 희곡의 형식으로 읽다보니 느낌이 매우 새로웠다. 이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생각했던 포인트들을 좀 나눠보고자 한다.

 

Thinking Points


1. '막장 드라마' 의 시초?


최근 몇년간 대한민국은 소위 '막장드라마' 의 열풍이었다. 서로 죽고 죽이는 음모가 끊이지 않는 드라마가 정서에도 좋을리 만무하지만, 대한민국은 그러한 음모가 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것이라면서 최고의 시청률로 유감없이 그 인기를 나타내주었다. 나 역시 가끔 그런 막장드라마를 보면서 실제로 이런 일이 있을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가끔 했던 적이 있다. 사람일이라는게 평범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하지 않던가. 정말 세상에는 별별일이 다 일어나는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햄릿이 이러한 막장 드라마의 요소를 곳곳에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자신의 형수와 결혼하게 되는 클로디어스나 자신의 남편을 죽인 시동생에게 애정을 느끼고 남편이 죽은지 2달이 채 안되어 재혼을 하는 거트루드,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미친척 연기하는 햄릿, 실제로 정신이 나가게 되는 오필리아 등 모든 인물들이 요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래서 이런 고전이 지금까지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 희곡의 형식을 취한 셰익스피어의 세상 읽기.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부분은 바로 '희곡적 요소' 가 곳곳에 숨어있다는 것이다. 총 5막으로 이루어진 구성은 각각의 막의 핵심 주제가 있다. 이런 핵심 주제내용을 바탕으로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연극의 모습들이 상상될 때 그 희열은 참으로 깨알같이 즐겁다. 게다가 서술의 형태를 취했을 때 매우 딱딱하게 느꼈을 수 있는 인물들의 대사와 독백은 희곡의 형태를 띄어 훨씬 생동감이 있고, 살아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3. 가능하다면 번역본 보다는 원서 !


민음사가 국내에서는 워낙 뼈대있는 출판사이기 때문에 사실 믿고 책을 선택한 것도 있다. 하지만, 위에 언급했던 'to be or not to be' 에 대해 주석을 페이지의 절반을 할애하며 설명을 해 놓았을 정도로 이 작품의 번역에 대해서 고심한 내용은 매우 칭찬할만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이 영국인에 의해 씌여진 내용이고, 배경이 덴마크임에도 불구하고, 난 내가 한국의 사극 대본을 읽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하는 단어들이 곳곳에 나타난다. 이를테면 플로니어스를 재상(宰相)으로 표현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들을 읽다보니 서양의 작품을 읽는다는 느낌이 매우 반감되었다. 또한, 그 번역에 있어서도 영문의 어체를 그대로 살리려고 하였는지 곳곳에 어색한 표현들이 많았고, 특히 영어 특유의 단어 나열을 통한 운율을 번역하엿으나 그 느낌은 매우 살리기 어려웠다는 것을 나도 이해하고 인정한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나는 좀 어렵더라도 원서로 다시 한 번 꼭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보았다. 그래서 이 책의 역자도 사느냐 죽느냐, 존재냐 아니냐, 있음이냐 없음이냐를 두고 고민했다고 뒤에 언급하는데 이런 번역본의 한계 자체를 원서를 통해 원래의 표현 그대로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물론 태어나서 처음 고전작품을 읽는 것은 아니었지만(그래도 생각보다 꽤 책을 읽는 사람 축에 속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 이런 고전 작품 읽기를 통해 다시 한 번 교양 확충은 물론 삶의 질을 높이고 다양한 교훈들을 나의 삶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큰 기대감과 일종의 사명감이 든다.

 

여담으로 사실 최근 몇 년 고전을 읽다가 느끼는 것인데, 대부분의 고전들이 실제로 보면 '19금' 내용 일색이다. 호전적이고 야한 내용도 많고 무엇보다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대부분의 내용들을 언급하고 있다. 난 지인들에게도 책에 대해서 얘기할 때 왜 이런 내용들을 어릴 때부터 읽히고 가르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적이 있다. 지금 책을 읽으면 90% 이상 이해하는 내용들을 어릴 때는 흥미도 없었을 뿐더러 절반도 이해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럼에도 어릴 때 읽었던 내용들을 곱씹어보면 훨씬 기억도 빠르고 조금 더 빠르게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도 연령대에 맞는 독서를 추천하는 입장이다.

 

 


햄릿

저자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0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어떤 게 더 고귀한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는 건가...
가격비교

 

나의 평점(★5개 만점)

작품성★★★★★

가독성★★★☆

재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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