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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MBA 강의실 풍경
 

오랜 기간의 코로나와 어릴적 부터 언젠가는 해야지 했던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국내 MBA 몇 곳에 지원했다. 그리고 몇 곳에서 합격증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연세대 GLOBAL MBA 과정에 진학했다.

1.5년의 과정(3학기)이고, Full-time 과정에 주간, 게다가 이른 아침부터 수업을 듣는 일은 매우 오랜만에 꽤 흥분되는 일들이었고, 덕분에 함께 수업을 들었던 원우들과도 꽤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되었다.

학부도 경영 전공이었던 터라, 대부분의 교재가 사실 MBA 과정에서 사용하는 교재였고, 학부 때 알음알음 알던 MBA 분들도 당시에는 학문을 배우러 갔다기 보다는 대부분 회사에서 보내주거나, 커리어상의 전환을 하거나 하는 이유가 대부분이었으므로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원래는 꿈의 비지니스 스쿨인 HBS나 Stanford GBS, Tuck, Booth, Sloan, Stern 같은 곳을 가고 싶었는데 영어도 영어였지만, MBA를 생각하면서 봤던 Tuition 과 living cost 를 보고 미국은 그냥 접기로 했다.

HBS의 경우 연간 학비만(과정이 2년이다.) 약 $75,000 에 이것저것 비용하면 약 115,000 달러가 든다(1년에 원화로 1억5천만원이다), 2년하면 생돈 3억원이 들어간다. 물론 HBS 나 그에 상응하는 비지니스 스쿨을 졸업하면 2,3년 안에 원금회수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들어가기도 어렵거니와 어쨋든 다니는 동안에는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것은 맞으니(이것도 일부 오퍼를 주는 기업에서는 미리 땡겨서 해준다는 얘기도 듣긴 했지만) 부담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HBS MBA Cost 친절하기도 하다
NYU Stern MBA 1년 비용, 뉴욕이라 미국 최고 물가를 반영했다

 

무엇보다 Turn-around 가 가능하냐는 질문에서 대답을 할수가 없었다. input 이 너무 높은데다가 접근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해외는 단념하고 국내 몇 곳에 MBA에 지원하고, 결국 연세대 GLOBAL MBA 과정을 선택해 진학했다.

벌써 주마등같이 1년여가 지나가고, 졸업을 얼마전 한 시점에서 짧은 기간이지만 느낀 여러 소회를 정리해보려 한다. (전 이제 MBA 입니다)

 

  1. 기대 이상이었던 국내 MBA

- 네트워킹이나 하러 간다는 소문과 진실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이미 10여년 이상 MBA 를 운영해왔고, 나름의 차별화를 두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특히 경영대 빌딩에는 MBA 를 위한 층이 무려 3개 층이나 되었고(1층과 지하 1,2층), 나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가성비는 글로벌 최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1~1.5년의 기간이 짧은 것도 그렇고, 총 과정에 학비가 약 3만2천달러(환율 기준, 원화로 45백만원~5천만원) 정도로 해외 유수의 과정 대비 저렴한데다가 학교마다 차이가 좀 있지만 무려 MBA 인데도 불구하고 장학금도 꽤 퍼주는 편이다.

 

장학금의 기준이 다양하긴 하지만, 우선 기업에서 풀스폰을 받고온 동기들이 몇 명 있고(coporate-sponsorship) 일부 외국 친구들은 한국 정부에서 지원하는 GKS(Global Korea Scholarship)이라는 걸로 무려 MBA 전액과 일부 생활비를 지원을 받는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에 합격을 하면 한국어도 미리 1년 정도 연수를 시켜준다. (완전 꿀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온 친구들은 한국어도 꽤 잘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지원한 친구들 중에도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중동에서 온 친구들은 해외 유학비를 해당 국가에서 전액 지원받는다고 했다. 그래서 이래저래 따져보니 자비로 온 친구들은 전체 클라스에서 절반 정도에 그치지 않았고 그마져도 전액은 아니지만 성적이 괜찮을 경우 장학금을 지원해 나름 매우 좋은 가성비를 보인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예상치않은 성적 장학금을 받아보니 생각보다 부담도 덜하고 새로 들어오는 후배들에게는 외부 스폰서십을 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래도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받는 방향으로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학교별로 다르니 미리 진학했던 선배나 동기에게 확인 필요)

 

그리고 한국은 Full-time MBA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이 많지 않다. 전국에 약 15개 정도 대학이고, 그 중 서울에 절반 이상이 몰려있다. 나름 한국의 명문대라고 하는 카이스트나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대, 이대, 한양대, 서강대 등은 모두 Full-time program 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Full-time English Program 을 운영하는 학교는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이 있다. 그래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이 쪽 학교들로 더 몰리는 경향도 있다.(이 3개 학교의 경우 외국인 비율이 평균 60% 이상으로 매우 높고 한국인들도 해외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들 영어 프로그램에 진학하면 나름 국내에서도 해외 유학을 하는 것과 같은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게 해 준다. 개인적으로 기대 이상이었다.

 

네트워킹도 생각보다 꽤 탄탄한 편이었다. 대부분은 한국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학교별로 나름 GMBA 모임이 잘 되어 있고, Korea MBA 주요 대학(6개 대학인가 그렇다)의 연합 멤버십 모임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MBA 에는 다양한 클럽활동도 많이 있어서 개인이 관심있는 분야 (스포츠나 취미 모임이 그나마 활발한 편이다)에 가입해서 활동하면 네트워킹도 꽤 잘 할 수 있다. 이런 대부분의 활동들은 해외 MBA 과정 대비 꽤 괜찮게 운영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2. 확실히 학문은 진화했다

- 경영 기법의 학습에서 트렌드, 기술 중심으로의 변화

 

이 부분은 국내 뿐 아니라 최근의 경영대학원들이 다 이런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약 20여년전 경영학을 배울 때는 대부분이 경영 기법 - 곧 인사, 재무, 전략, 회계 등 기능적인 측면에 집중되어 있는 편이었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경영학을 접하고도 학문을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매우 긴 시간(경영진이나 그 밑에 따까리로 들어갈 정도의 시간과 경력이 필요하다)이 필요하다보니 학부 때 배우면서 이래서 MBA 를 가라고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런데 최근은 역시 눈부신 기술의 발전이 뒷받침이 되기도 하였고, 워낙 MBA 의 내용 자체들이 많이 오픈되어 있기도 해서인지 꽤 진화를 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일부 기초 과목(회계, 재무, 인사, 전략)등을 제외하면 매우 프랙티컬한 내용들로 많이 바뀐 것을 체감할 수 있었고, 과거와 같은 교재라고 하더라도 내용을 개정하면서 꽤 많은 기술 기반 또는 기술을 활용한 내용들이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역시 평생학습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고, 무엇보다 기술의 중요성이 더더욱 강조되고 있다는 것도 인식하게 되어 나름 이 과정을 통해 배운게 꽤 많다고 생각한다.

 

 

3. 국내 교수진의 퀄리티는 역시 매우 높다

- 즐비한 해외 박사 & 해외 지도 경험의 교수진

 

개인적으로 학교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물론 주요 MBA 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이 국내에서는 모두 상위권 대학이므로 그 안에서 우열을 가리는게 사실 쉽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국내 MBA 대비 아시아 MBA, 또는 미국/유럽 MBA 이렇게 비교하는게 그나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쨋든, 강의를 들으면서 교수진 분들이 매우 수준높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었다. 물론 세대가 바뀌면서 많이 젊은 교수님들이 채워지기도 하고, 아무래도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IT를 기반으로한 학습 기법들이 많이 도입되다 보니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정말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CV들을 갖춘 교수진들을 보면 참 대단하면서도 여기에서 가르치기에는 좀 아까운 스펙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아무튼 훌륭한 백그라운드와 해외 교수 경험을 뒤로하고 국내에서 이런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다보니 무엇보다 해외와 상당히 다른 학풍이나 학생들을 상대하는데 가끔 당황하시는 모습들도 보여지기도 했다. 국내에서 경력이 되시는 교수님들은 그나마 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느낌이었는데 그렇지 않고 프로그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시도를 하시는 분들도 꽤 있으셔서 지금보다는 앞으로의 프로그램이 더 기대되긴 한다.

 

4. 요즘 젊은 세대의 놀라운 학습법(Paperless and co-working tool)

- 아이패드와 칸바, 카훗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요즘의 젊은 세대와의 세대차이였다. 난 어찌되었건 강의안을 다 하드카피로 출력해서 갖고 다니면서 봤고, 노트북 모니터로 보긴 하지만 그렇게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세대는 역시 종이에 쓰면서 외우거나 이해하는게 아무래도 편했다. 그런데 정말 요즘 새로운 세대는 가히 말할 수 있는 paperless 의 세대가 확실히 맞다. 대부분 노트북과 아이패드류를 들고 다니면서 패드에 pdf 파일을 켜서 그 위에 직접 다 필기를 하고 시험도 그 위에서 다 봤다. 말그대로 인쇄물이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인쇄하려면 어디가서 해야 되는지 가끔 난감해 하는 경우도 종종 봤다. 난 겨우 10여년 차이나는 세대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를 줄이야... 그 뿐 아니다. 요즘은 팀프로젝트로 만드는 것도 그나마 좀 나이가 있는 세대는 구글닥으로 공유하지만 더 어린 친구들은 칸바 같은 협업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나도 처음엔 매우 어색했는데 1년 남짓 쓰니 지금은 그래도 꽤 사용하게 된다. 아무래도 실시간으로 공유가 편하고 바로 프레젠테이션도 가능하다. 유료로 사용하면 파워포인트 이상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칸바를 만든 회사가 투자를 엄청나게 받는것도 의외는 아니다. 또한 카훗이라는 퀴즈 프로그램, 기타 각종 온라인 베이스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다보니 물론 외국인들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새삼 세대차이가 많이 느껴지기도 했었고 지금이라도 이런 신문물을 접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안도하게 된다.

 
사진 삭제

카훗 사용 이미지

 

5.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다양한 활용

- MBA Exchange, 각종 Benefits , school life

 

이 부분이 정말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한데, 국내 MBA 를 하면서 느끼는 한계라면 무엇보다 글로벌의 다양한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체감하고 익히는게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부분이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그래도 우리가 어느 정도 선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유럽이나 미주 대비해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꽤 있어 보이는게 사실이다. 학교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나서 꽤 놀라웠던 점 중 하나는 해외에서 특히 유럽 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정말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러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 어리버리했던 신입생 시절에 오히려 이 친구들의 도움도 꽤 받았고, 궁극적인 질문인 "왜 MBA?" 에 대해서 나름 꽤 진지한 대화들도 해볼 수 있었다. 그들도 역시 직장생활과 학비 등의 큰 기회비용을 뒤로하고 선택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효율적으로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환으로 온 여러 학생들과 얘기하면서 다시 한 번 글로벌 마인드와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있었던 연대말고 다른 학교들도 글로벌 유수의 MBA 프로그램과 꽤 좋은 교환 프로그램 또는 dual degree 프로그램들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본인이 조금만 노력하고 신경을 쓰면 교환학생을 가거나 두개 학교에서 학위를 따는 엄청난 수혜를 누릴 수 있다. 물론 요즘같이 불경기에 학위 하나 더 있다고 취업이 좀 더 잘 되거나 하긴 쉽지 않지만 그래도 다다익선이라고 그런 기회를 꽤 누려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의 경우 어릴적부터 동경하던 NYU stern 에 기회가 된다면 가보고 싶었지만 내가 지원했던 시기에는 아무래도 코로나 끝무렵이라 그런지 기회가 되지 않았다(이번에 보니 stern을 비롯해 미국 몇몇 유수 mba 프로그램이 리스팅에 있었다).

 

이 뿐 아니다. 국내 대학은 정말 다양한 혜택들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들, 전자도서는 물론 학술지, 다양한 리서치 서비스의 학생 사용이 그것이다. 나의 경우 다양한 리서치 프로그램들을 사용했었고, 학생용으로 사용해서 꽤 많은 정보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연대나 고대에서 누릴 수 있는 연고전의 혜택, 다양한 동아리 활동 등 MBA 지만 인원이 꽤 되는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오랜만의 캠퍼스 라이프를 즐겨볼 수도 있는 좋은 기회였다.

 

 

6. 그리고, 아쉬운 점 몇 가지

- 풀타임에 대한 지원 부족, 취업준비 아쉬움, 다양성 부족, 커리큘럼의 한계

 

위에 좋은 말들을 장황하게 써 놓았는데, 아쉬운 점도 간혹 있어서 간략히 언급해보기로 한다.

 

서울대와 카이스트, 성대 정도의 MBA는 아무래도 Full-time 만 운영하거나 Full-time 을 중심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학교들의 경우 대부분은 야간 또는 part-time 과정의 학생들의 인원이 훨씬 더 많고 그 쪽으로 아무래도 지원도 쏠리는 편이다. 우리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학생회도 주로 야간 학생들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았고, 주요 활동들의 구심점 역시 그 쪽으로 쏠릴 수 밖에 없었다. 인원이 많다보니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난 아무래도 풀타임 과정이 MBA 의 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전체 인원 비중이나 그런 부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가 MBA 랭킹을 볼 때 주로 고려하는 점들도 MBA 전후의 커리어 전환이나 연봉 차이 등 매우 계량적인 부분들이다. 이 부분들은 파트타임 학생들에겐 아무래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이 회사를 다니면서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니즈가 적고 이 과정을 통해 이직이나 승진을 하더라도 그 영향력 면에서 풀타임에 비해서는 적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요즘 우리나라 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MBA 했다고 취업이 다 잘 되고 이런 경우는 극히 일부학교에 제한되어 있어서 파트타임을 늘리거나 심지어 풀타임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가급적 취업의 기회를 늘리려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도 풀타임에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는 점은 개인적인 차원 뿐 아니라 그래도 나름 대한민국의 유수 학교의 네임 밸류를 보고 온 해외 학생들에게 부족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특히나 CSC(커리어 서비스) 나 진로 분야에서는 너무나 지원이 부족해서 이 부분은 앞으로 개선을 대폭 하지 않으면 그나마 오던 외국 학생들도 떨어져나갈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GSIS, MOT 과정과의 중복 또는 차이 - 이건 학교를 다니면서 알게된 사실인데, 풀타임 영어 과정이 MBA 뿐 아니라 국제대학원에도 있고, 글로벌 경영/경제라는 분야에서는 꽤 겹치기도 한다. 그래서 학점 교류나 이수를 중복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또한 MOT는 기술경영이라는 분야로 최신 경영 트렌드에 더 맞는 느낌도 있고, 여기도 취업 면에서는 꽤 유리한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현재의 MBA는 이와 같이 유사한 분야의 프로그램 대비 어떠한 경쟁력을 갖추고 그 명분과 명맥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개선이 없으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국내 MBA 프로그램은 개인적으로 매우 의미있고 행복한 시간이었고,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나 뿐 아니라 지금 재학중인 학생들, 그리고 앞으로 새로 오게될 prospective 학생들까지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적게 되었다. 무엇보다 해외 MBA 를 정말 대체하고 싶다는 생각이면 위에 언급한 아쉬운 점은 물론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어야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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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과 공포...[지금 만나러 갑니다 한국판]  (0) 2018.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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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과 공포였다...


이 훌륭한 배우들을 데리고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일본 원작 영화가 인생 영화가 될 만큼, 탄탄한 스토리, 구성, 배우들의 연기, 작품성, 배경, 음악까지 뭐 하나 빠뜨리기가 어려웠고, 실제로 이 영화를 통해 스타들을 배출했던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그 훌륭한 소지섭, 손예진이라는 연기파, 인물파 배우들을 세워놓고 질질짜게만 만들다가 영화를 끝내버린 어처구니 없는 이 상황..


가히 충격과 공포가 아닐 수 없다...


왠만하면 디스하는 글은 잘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영화를 보다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작품의 제작 과정과 스토리를 하나하나 파헤쳐 보려고 한다.


1. 원작 판권


그렇다.. 최근엔 일본 영화 판권을 들여와 리메이크를 해 성공한 작품들이 꽤 있었다. 그 작품들이 성공한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원작의 흐름은 살리면서, 스토리에서 추구하는 내용을 유지하고, 디테일은 한국에 맞도록 잘 각색하는 것이 주요하다고 본다.


최근에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는 정말 원작보다 더 뛰어난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과거 럭키도 일본 영화의 스릴러적인 측면을 코믹하게 각색해 흥행에 성공했다. 물론 모든 작품이 이렇게 성공할 수만은 없지만,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경우, 기사 중 짤막하게 '원작의 잔잔한 분위기를 흔들지 않으면서' 라는 내용이 있다. 충격적이다. 잔잔한 분위기가 아니라 산만한 분위기로 영화가 끝이 난다.


아무리 찾아봐도 누가 원작 판권을 갖고 있는지 아직 밝혀내지 못했지만, 반드시 밝혀내서 묻고 싶다. 왜 그렇게 원작을 난도질 했냐고.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고.



참고 기사 : 시사프레스,  한국 관객 만나러 온 일본 원작 콘텐츠들 (http://www.sisapress.com/journal/articlePrint/174200)


2. 스토리의 부재 


일본 원작은 그 구성이 매우 탄탄하게 짜여져 있다. 우선 스토리의 핵심은 무엇인가, 바로 다시 태어나도 한 사람과 사랑할 수 있다는 순애보의 완성이다. 그런데 그 순애보의 기초는 무엇인가, 바로 일본의 토속신앙과 불교 문화가 적절히 어우러져 환생이라는 소재와 비가 오면 소원을 들어주는 신, 그리고 그런 흐름들을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복선과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의 상황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로는 일어나기 불가능한 일이지만, 간절히 빌면 이루어질수도 있고, 그런 일이 진짜로 생긴다면 정말 행복하고 좋을 것이라는 일본인들의 사상이 깔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영화에서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환생과 소원을 간절히 빌면 이루어진다는 내용은 전혀 배제한체, 우진의 친구는 수아가 환생하자 마치 좀비라도 본 듯 기겁을 하고 다시 만났을 때도 부적을 숨기는 등 웃기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은 상황을 연출하여 극의 흐름을 가로막아 버린다. 


특히, 주변 인물들은 코믹하고 이상할 뿐 전혀 주인공의 감정선을 공유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우진이 일하는 수영장 여직원은 그를 그저 잘생긴 동료직원 쯤으로 여기는 모습은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한국판 영화 전반에는 왜 수아가 환생을 해야 했고, 우진과 지호에게는 어떤 간절함과 그리움이 있었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행복할지, 그리고 남은 여생에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사랑이 어떤 힘을 보여주는지, 전혀 스토리가 연결되지 않았다. 게다가 사고가 나서 갑자기 미래로 가는 이야기도 원작과는 달리 쌩뚱맞기 그지 없다. 


원작 스토리에서는 주인공의 말을 다 믿어주고 들어주었던 주치의 의사와 유지의 초등학교 선생님이 이 판타지 로맨스의 극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거라는 그 기대감, 기쁨을 함게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판은 그 아름다운 감동의 내용마저도 신파극으로 만들어버리고, 우리가 도대체 얼마나 감정이 메마른 사람들인가를 시험하게 만드는 느낌까지 들게 만들었다.


원작에서도 해바라기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주인공 두사람이 해바라기밭에서 만나는 것은 한 사람만을 바라보겠다는 의미와 동시에, 아들의 성장을 암시(마당에 심어놓은 해바라기들이 엄마의 사랑의 햇빛을 받고 크고 튼튼하게 건강하게 잘 자라게 할거라는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한국판에는 그런 복선의 의미가 전혀 깔려있지 않았다. 그래서 스토리들이 단절되어 있고, 마치 스틸컷만 보다가 끝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훌륭한 배우들로 훌륭한 코스요리를 보고서 오합지졸의 맛없는 뷔페를 차려놓고 먹지도 못하게 하는 경우가 되어 버렸다. 


참고 영상 :  원작에 못미친 '지금 만나러 갑니다', 무엇이 문제였나? [영화읽고 알려줌] , https://www.youtube.com/watch?v=6gBrBZDdtQc


3. 이장훈 감독


감독의 첫 작품이라는 것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그 말은 처음 작품을 할 때는 평생 가는 일이라 누구나 다 열심히 하고 잘 해보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이장훈 감독님도 그랬을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하필 왜 첫 작품을 원작이 너무나 뛰어난 이 작품으로 선택한 것인가? 누가 그에게 이 작품을 연출하라고 한 것인가. 행여 감독이 하고 싶다고 해도 제작사나 판권을 갖고 있는 회사에서 말려야 했어야 아닌가. 


극 중 일부 내용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했다고 했다.. 어이가 없고 황당하다. 대체 자신의 경험을 왜 작품속에 녹여내야 했어야 했나. 원작이 뛰어나다면 최대한 살렸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원작보다 못할 빠에는 아예 바꾸어 보겠다고 인터뷰가 나온다.. 원작보다 뛰어나지 못할 각색은 차라리 원작을 그대로 배끼는게 더 나은 일이라는 걸 감독은 왜 몰랐을까..


앞으로 어떤 작품을 찍게 될지는 모르고, 향후 거장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을 손댄것은 두고 두고 회자될 것이다. 


참고 기사 : '지금 만나러…'이장훈 감독 "10년만에 얻은 기회…제 모습담아"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3/16/0200000000AKR20180316131600005.HTML



소지섭, 손예진은 물론 고창석, 이준혁, 공효진, 박서준까지 출연시키고도 영화를 이렇게 만든건 분명 제작사와 제작진의 책임이 너무나 크다. 게다가 260만명이나 봤다는건 원작이 너무 훌륭했기 때문이지, 결코 이 작품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물론 나도 손예진의 팬이라 손예진 보러 한 번 갔을 수는 있지만, 그 마저도 실망감을 안겨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영화는 배우도 중요하고 소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그 스토리를 잘 구성할 수 있는 연출력이 너무너무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하는 경험이었다.


아.. 쓰고 서도 분해서 눈물이 난다.. 원작이나 오랜만에 다시 한 번 보며 마음을 진정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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