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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피쉬] 평범한 한 남자의 비범한 인생 스토리

어릴때부터 아버지의 무용담을 자신의 삶의 스토리로 듣던 아들. 그런 아들은 아버지를 존경하면서도 허황되며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동화같은 이야기로만 그의 스토리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아버지에게 마지막이라는 현실이 찾아왔다. 동화같은 삶을 살던 아버지이지만, 그에게도 나이가 들고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현실이라는 것이 찾아왔다는 것을 아들은 느끼고 슬퍼하면서도 차분히 받아들인다.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 느낀 생각은 도대체 주인공이 아버지일까, 아니면 아들일까 하는 의문이었다. 내용의 전체 스토리는 아버지의 이야기이지만, 결국 그 이야기의 깨달음을 주는 인물은 아들이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블룸은 태어날 때부터 남달랐다. 어린시절 운동과 공부를 잘했고 호기심도 많고 인기도 좋았으며 한마디로 '슈퍼맨'역할을 했었다. 또한,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인과 대결을 하고 결국 새로운 세상을 향해 마을을 떠난다. 마을을 떠나 겪는 새로운 환경, 사람들, 직업들은 그에겐 모두 낯선 것이었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는 빨리 적응하고 사람들과 어울렸으며 최고의 업적을 남기고 더 새로운 것을 향해 이동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도 그는 최선을 다했다. 한 눈에 반한 샌드라를 향해 그의 모든 열정을 바치고 결국 그 사랑의 결실을 이루어낸다. 사랑하는 샌드라와 아들을 위해 그는 군대, 세일즈 등을 통해 자신과 가족을 지켜낸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죽음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그는 모든 일들을 아들에게 말해주었다. 자신이 겪었던 사람, 일, 환경들. 하지만, 아들은 단지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라고 단정짓고 만다. 자신의 현실에서는 도저히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고 자신의 삶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신이 속한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한 집문서를 시작으로 그 아들은 아버지의 동화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옮겨보기로 한다.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고 한다. 하나하나 부딪힐 때마다 약간의 과장이 섞여있긴 하지만 모든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는 충격에 휩싸인다. 어쩌면 자신을 정면으로 부딪히게 된 것이다. 자신이 그 동안 거짓이라고 생각했던 그 모든 이야기들이 사실이었으며 그것을 믿지 못했던 자신이 조금은 원망스럽게 느껴지는 장면도 등장한다. 

  그 마지막 순간에도 아버지는 자신은 큰 물고기가 되어 강에서 영원히 살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아버지의 동화에 아들은 동참하기로 한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아들은 아버지를 강물에 모셔다 드리고 빅피쉬로 변해 강물을 따라 간다.


  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장례식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아들과 아버지의 삶이 현실에서 공존하는 가장 완벽한 공간이다. 아버지의 이야기속에 등장인물들이 현실에 모두 등장하고 아들(윌) 자신도 어느 순간 그 동화속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너무 극적인 장면이고 벅찬 장면이었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어린시절, 청년시절이야기들. 물론 에드워드 블룸의 그 이야기처럼 풍부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아버지만의 이야기와 추억이 있었다. 난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시대에는 등하교용 완행열차 대신 지하철과 버스가 있었고 풋풋한 편지 보다는 핸드폰 문자 메세지와 이메일이 있다. 보고싶으면 언제든지 바로 만날 수 있는 지금의 시대이지만, 몇 년만에 한번 만나 회포를 푸는 그런 이야기들은 나에겐 너무나 동떨어진 과거의 역사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그랬던 나에게도 전환점이 찾아왔다. 20살이 지나고 대학에 들어가서 조금씩 나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어느새 나도 내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하는 시점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이 아버지였다. 사춘기때 아버지의 안 좋은 모습만은 닮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이고,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것이고, 내 아이가 태어나면 친구같은 아버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 성실하게 살고, 더 가정적이 되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삶의 행동, 어느정도의 사고방식, 습관 등은 비슷한 것이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이제는 가장의 자리에서 은퇴를 준비하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새롭게 가장의 자리로 등판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쓸쓸하고 애처롭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린 시절 꿈과 희망으로 살았던 아버지였을텐데 삶에 부딪히고 현실을 살아가면서 이제는 과거를 추억하며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내 아버지는 형편이 나은 편이었다. 젊은 시절 못다한 공부를 뒤늦게나마 하시고 과거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고 계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나도 그렇게 될까 조금은 두려운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이 영화를 생각하고 에드워드 블룸과 윌 블룸을 떠올린다. 윌 블룸의 위치는 자신의 아이들이 크면서 에드워드의 위치로 옮겨진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아들과 딸을 대할 것이다. 그리고는 내가 지금 겪고 보고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 할 것이다. '왕년에는~'으로 시작하면서 말이다. 처음엔 재미있게 들을 수도 있지만,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면 지루한 몽상가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느낄 것이다. 증명할 필요도 의무도 없다.


  난 액션이나 환타지영화보다는 드라마 형태의 영화를 좋아한다. 사람냄새가 나고, 삶이 있고 일상이 있는 그런 영화말이다. 빅 피쉬는 그런 나의 기호와 너무 잘 맞았고, 지금까지 5번이 넘게 봤지만, 앞으로 50번은 더 볼만한 그런 영화가 되었다.

영화같은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이 각자의 인생이 곧 한 편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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