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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하반기였다.

한창 피크에 오르던 한중관계가 어디까지 갈지 다들 궁금해하던 그런 분위기였다.

양국은 2천년이 넘는 역사에서 이렇게 좋은 때가 없었다며 서로를 추켜세웠다.

아직도 그  때를 추억하면 잊을 수가 없다. 

그러다 갑자기...

싸드로 인해 양국 관계는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특히 활발하게 교류하던 경제 분야에서 그 타격이 가장 컸다. 

당시의 중국의 조치들은 (내가 생각나는) 주로 이런 것들이었다.

1) 한국 컨텐츠 금지 (방송, 출연, 제작 등)

  중국에서 한류컨텐츠가 훨훨 날아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무려 중국의 대표적인 국무회의인 양회에서 한국 드라마의 영향력을 어떻게 해야할지 논의했다는 내용이 공개적으로 언급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중국 정치행사서 “왜 ‘별그대’ 같은 드라마 못 만드나”  (https://m.khan.co.kr/world/china/article/201403071644451#c2b)

게다가 시진핑 주석이 한국에서 별그대를 추켜세우며 양국 관계의 파이팅을 다지곤 했었다. 이 모든 일들이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시진핑 서울대 강연서 별그대 언급 "한류 드라마는 중국서 큰 유행"(https://www.ajunews.com/view/20140704171452580)

그러나 이 모든 일들이 마치 신기루처럼 한순간에 사라졌다. 중국은 한국 컨텐츠에 대한 위협요소를 언급하면서 2016년 가을쯤(9월 정도 였다) 갑자기 한류 컨텐츠의 중국 방송은 물론 중국 방송에 출연하는 한국인의 출연 금지, 중국인의 합작 금지 등의 조치인 '한한령' 을 단행했다. 송송커플이 탄생했던 '당시 최고의 히트작 태양의 후예를 끝으로 한류 컨텐츠는 중국에서 방송 금지 조치가 된다. 

심지어 이 일들이 공식적인 루트가 아닌 방송총국에 의해 진행됐다는 말도 안되는 얘기들이 몇달간 관계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다.  이 일은 내가 기억하는 한 중국의 가장 큰 조치였고, 아직도 유효하다.  

코로나 직전 한류 컨텐츠를 약간 풀려고 한다는 소식들이 간간이 있었고, 그래서 2022년에는 아이치이가 한국에 컨텐츠 바잉 매니저를 적극 채용하여 중국에서 다시 한국 컨텐츠가 재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들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내용들이 없다. 한국에서 드라마와 영화 몇 편이 공식적으로 상영되었지만, 그 역시 이벤트성에 그친 내용들이었다. 2023년 8월 현재까지도 중국에서 한국 컨텐츠를 공식적으로 접하기는 매우 어렵고(물론 다양한 불법 사이트, 앱, 루트들이 열려있기는 하다) 당시 한국 컨텐츠 바이어를 적극 채용했던 아이치이의 경우도 글로벌 사이트(틱톡이 중국판과 해외판이 있듯이 아이치이도 중국 사이트와 글로벌 사이트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 에서 한국 컨텐츠를 접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중국 국내에서 접근하는 루트는 아니다. 

2) 중국 단체관광 불허

이것도 몸소 체험한 일이 있어서 기억이 아주 생생한 편이다. 당시는 2017년 초였다. 사실 한한령을 이후로 안그래도 뒤숭숭했던 양국 관계에 기름을 껸졌던 놀라운 일이었다. 그 이전해 까지만 해도, 아니 직전인 설연휴까지만 해도 아직 한중 관계는 굳건하다고 중국에서 수만명이 한번에 오는 단체관광을 예로 들며 다양한 분석의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던 시기였다. 

'춘절쾌락(春節快樂)' 서울시내 점령한 14만 유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692486615801984&mediaCodeNo=257) 

단체관광이 왜 중국인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지 잠깐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국가이다. 즉, 이동이 제한되어 있다. 해외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중국인은 여권을 발급받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중국에서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본인의 신원이 확실해야 하고, 안정적인 수입을 증명해야 하고, 이것저것 다양한 일종의 서약 같은 것도 해야 한다(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예전엔 여권을 내기 위해 신원담보인, 보증금? 같은 것들도 필요하다고 들은 적이 있다)

아무튼, 이렇게 어렵게 여권을 내고 해외로 나가기 위해선 해당국가의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이 역시 만만치가 않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중국인에게 비자를 발급해줄 때 일종의 보증금 같은걸 요구하고 그에 따른 여권의 기한에 차등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 또한 여간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튼, 이러한 제약들을 해결하기 좋은 방법이 있는데 바로 단체 관광을 신청하는 것이다. 단체 관광을 신청하면 여권은 물론 단체비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자 문제도 간단히 해결이 된다. 여행사가 담보를 서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를 자주 다니지 않는 중국인들은 단체 관광을 통해 해외 방문을 주로 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단체 관광을 제한했으니 한국에 오는 여행객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은 어찌보면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 영향으로 한국의 여행사, 호텔, 면세점은 물론이고 주요 관광지의 식당, 소매점 등이 직격탄을 받았었던 것이다. 명동을 가보면 알겠지만, 그 여파는 아직도 유효하다. 최근 비었던 상가들이 속속 들어차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부 대기업 또는 글로벌 기업이 상권 회복을 기대하고 입점을 하고 있는 터라 예전과 같은 활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할 수 있을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이다. (한국적인 색채가 많이 바뀌었다). 또한, 중국인의 소비 성향도 그 때와는 매우 달라졌다. 지금은 예전과 같은 대량의 싹쓸이 구매가 많이 줄어들었고, 중국인들도 나름 합리적인 소비자로 바뀌었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어마어마한 효과를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3) 한국(기업, 상품 등)에 투자 제한

개인적으로는 이 일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중국은 60-70년대 이래저래 어려움을 겪고 나서 등소평의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것이 해외투자유치 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국가이다. 특히, 초기에 진입했던 글로벌 기업은 물론 많은 한국기업들도 초기에 투자해서 꽤 큰 성과를 누렸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갑자기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는 물론 합작 등에 제한을 단행했다. 그 시기는 사실 약간 복잡한 시기이기는 했다. 시진핑 2기가 막 시작하는 시기였고, 당시에 시진핑 주석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반부패 운동을 시작하면서 해외에 자본 유출을 제한하거나 소위 '돈세탁'을 방지 하기 위해 많은 정부 관료들을 문책하기도 했었다. 그 흐름에 맞추어 중국에서도 해외로 자본을 빼돌리거나 해외에서 과소비를 한 사람들을 처벌하는 내용의 방송들이 제작되기도 했었고, 아무튼, 그런 시기적 배경이 있었긴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극단적으로 투자를 갑자기 막는 일은 정말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은 물론 중국의 투자가 한창 이슈였던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이런 일은 놀라울 뿐이었다. 게다가 그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지속적인 해외 투자 제한은 물론 중국 현지에서의 한국 기업과의 합작,합자 제한 등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한국 기업의 입지가 급속도로 좁아지고 위축되었다.

4) 중국 현지의 한국 제품 불매

 좀 뜬금없긴 했지만, 갑자기 한국 제품의 불매운동이 이곳저곳에서 벌어졌었다. 몇년 전에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불같이 일어나면서 길에 다니던 일본 자동차를 부수거나 일본 매장을 훼손하는 등의 일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는 처음 일어나는 일이었다. 우리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보면서 '일본은 그럴만 하지, 우린 중재자 역할이니 다행이다' 라며 위안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한국 제품은 물론 한국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이러나자 한국 기업이 급속도로 위축되었다. 아주 대표적인 사례가 몇 가지 있는데, 중국에서 한창 잘나가던 현대자동차라던지(이건 중국인의 소득 향상과 트렌드의 변화 측면에서도 이유가 있지만),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등이 대표적이었다. 유통업체로는 특히 롯데그룹의 타격이 가장 컸다. 내피셜로 듣기에 롯데의 신격호 전 회장은 물론 신동빈 회장역시 중국을 제2의 한국시장이라며 엄청난 투자 (수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들었다)를 지속적으로 확대했었다. 그러다가 한 순간에 투자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급기야는 중국 심양 지역에서 짓고 있던 롯데월드 역시 중단되어 결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철수하게 되는 말도 안되는 상황도 발생했었다.

中 선양 '롯데시티' 개발사업, 빚잔치만 남았다 (https://www.asiae.co.kr/article/2021032515510089132)

 

요즘 중국의 유커가 돌아온다는 말로 증시는 물론 언론이 갑자기 흥분한 것 같아 나도 잠시 그 때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단체관광 뿐 아니라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정리하게 되었고, 단체관광이 회복되었으니, 다른 것들도 순차적으로 다 회복되어서 양국이 활발하게 교류하는 그런 시절이 다시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난 정치나 외교인은 아니므로 그 쪽 일은 전문가 분들이 잘 풀어주시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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